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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자 ‘1592’와 몽블랑 ‘4810’ / 이영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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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5-12-21 12:12 조회10,3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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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자 ‘1592’와 몽블랑 ‘4810’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연말이면 국내외 언론 등에서 지난 1년 동안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올해의 숫자’를 선정하여 발표하곤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저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올해의 숫자’를 정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난 10월말에 제가 출석하는 교회가 주관한 일본 오이타 러브소나타 집회에 장로합창단 일원으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단체버스로 오이타 인근의 아소산을 지나는 도중 한 상점에 들렀는데 전열해 놓은 여러 종류의 과자 가운데 1592라는 이름의 과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을 과자이름으로 하다니 해도 너무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고 조선을 침략할 정도의 강국을 이룬 해이기에 일본으로서는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주는 과자일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슬그머니 분노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시식하라고 내어 놓았지만 맛을 보기도 싫었습니다. 과자마다 1592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화난 걸음으로 얼른 지나치려는데, 문득 일본의 잃어버린 영혼들을 위한 러브소나타에 참가하기도 전에 과자이름 하나로 시험에 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잖아. 원수 같은 나라인 앗수르가 망하기를 지켜보던 요나에게, 큰 성읍 니느웨에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12만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으니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라고 하셨잖아.”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과자를 쳐다보았습니다. 과자박스에 인쇄된 작은 일본 글자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것은 제게 하나님이 요나를 깨우치기 위해 준비한 요나서 4장 6절의 박넝쿨처럼 다가왔습니다.

“阿蘇山標高一五九二米...” 아소산의 높이 1592미터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처음 숫자를 보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첫 충격이 일종의 분노감을 동반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충격은 자괴감을 수반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냥 지나쳤더라면 아마도 평생 일본에 대하여 아소산보다도 더 높은 편견의 산을 마음속에 둔 채 살아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두 가지 면에서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사안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쉽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는 마태복음 7장 1절 말씀이 영혼의 귓전을 천둥소리처럼 울렸습니다. 다른 하나는 리더나 가르치는 자 등 정보를 전달하는 자가 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단체버스에서 내리기 전 가이드가 아소산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소산의 높이를 1,200미터 정도라고 소개했기에 1592가 아소산의 높이일 수 있다고 추론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마침 가이드가 지나가기에 불러서 과자의 이름 1592가 무슨 뜻일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임진왜란?”이라고 대답하는 가이드에게 아소산의 높이라며 앞으로는 아소산의 높이가 1,200여미터가 아니고 1,592미터라고 바로 설명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요나의 박넝쿨처럼 삶 속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영적인 깨달음을 얻게 해준 1592라는 숫자를 저 자신의 ‘올해의 숫자’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며칠 전 다비다자매회를 후원하고 계시는 어떤 권사님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도와주시는 분께 전해주겠다며 오래 전에 몽블랑이란 명품 만년필을 하나 사두었는데 그것을 꼭 제게 주고 싶다며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다비다자매회를 위해서도 좋은 글을 많이 써달라며 말입니다. 잉크까지 사와서 잉크를 넣고 써보라고 하셨기에 얼떨결에 받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려는데 펜촉에 새겨진 4810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과자 1592가 아소산의 높이에서 그 이름을 따왔듯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의 높이 4,810미터를 가리키는 숫자지요. 문득 평소 다비다자매회를 생각할 때마다 쉬 연상되는 성경 구절 이사야서 48장 10절이 떠올랐습니다.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불에서 택하였노라.”

그러기에 그 만년필은 다비다자매회를 잊지 말라는 징표로 저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810이란 숫자를 다비다자매회를 위한 ‘올해의 숫자’로 삼고 싶습니다. 올해도 많은 자매님들이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당하고 암 진단을 받는 등 풀무불 같은 고난을 당했지만 그 가운데도 건져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견디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받은 감동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도 사랑하는 다비다자매들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우리의 최고봉(最高峰)이신 그분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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