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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 김혜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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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ooner 작성일11-08-09 18:49 조회8,0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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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젊은 부부가 늙은 어머니를 집에 홀로 남겨놓고 바캉스를 다녀왔더니 노모가 굶어 죽어 있었다. 그 옆집도 바캉스를 다녀와 보니 개가 굶어 죽어 있었다. 이웃의 고발로 두 집 부부가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죽은 집 부부는 무죄가 되었고 개가 죽은 집 부부는 유죄 판결이 났다. 이유는 이랬다. “개는 동물이다. 묶어놓고 굶겨 죽었으니 사람 잘못이다. 동물 학대다." 그러나 늙은 어머니는 동물이 아니다. 사람이다. 건강한 분이었기 때문에 배고프면 냉장고를 뒤질 수도, 슈퍼에 갈 수도, 이웃에서 얻어먹을 수도 있었다. 자기가 먹기 싫어서 게을러서 죽은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자기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 판결 맞다. 그러나 노인이 왜 식사를  안 하고 굶어 돌아가셨을까? "화나서"이다. "너희들만 가냐"하는 생각이 드셨던 것이다. 나이 드신 어머니나 아버지가 "괜찮다 너희들이나 다녀와라."고 하는 것… 괜찮은 것이 아니다. 같이 모시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같이 갈 수 없으면 노여움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가지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한다.

노인을 모시고 여행 떠난 적이 있다.
1986년도 우리 가족은 84세가 되는 시할머님을 모시고 남편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족여행을 준비했다. 미국 대학원의 여름 방학은 거의 석 달이 되기 때문에 남편은 이 기간 중 온 가족 여행을 위해 오랫동안 완벽한 준비를 갖추었다. 연세 많으신 시할머님과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인 두 아이들과 함께 미국 서부 여행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것이다.
하늘색깔의 올즈모빌 왜건(Oldsmobile wagon)차의 뒤 트렁크와 차 지붕위에 올려진 햄버거모양의 박스에 텐트며 살림살이를 가득 싣고, 우리 가족은 두려움과 기대감 가득히 가슴 설레는 40일간의 여행을 출발하였다.
그러나 84세 노인과 함께 출발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은 캘리포니아 주에 들어가자마자 탈이 나고 말았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만 계셨던 할머님이 잠시 멈춰 차에서 내리시다가 다리에 힘이 없어서 미끄러져 주저 앉아버리면서 엉치뼈를 다치신 것이다. 와~~ 깜깜한 밤 한국인 한의사가 있는 L. A. 까지 급하게 달려가며 당황해 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할머님은 우리와 함께 떠나지 못하시고 L. A.에 남겨둔 채 우리는 일차적으로 L. A. 남쪽과 중서부 쪽으로 20일, 2차 20일은 북쪽 케나다 밴쿠버 빅토리아 섬의 ‘부차드 가든’을 거쳐 ‘럭키산맥’을 향해 떠났다.
잊을 수 없는 럭키산맥의 만년설, 빙원, 빙원이 녹아 흘러내려 이루어진 아름다운 호수, 비취빛깔의 하늘과 호수, 뻥 뚫린 도로 등은 2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내 머리에는 뚜렷하게 그 영상이 남아 있다. 우리 가족의 처음이자 마지막 40일 간의 서부 아메리카 여행은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여행 도중 자신의 손으로 찍은 사진을 순서대로 앨범에 정리하고 즐거워하더니 결국 그것이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준 유산이 되고 말았다. 그 때 그렇게 함께 여행을 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린 아이들에게 아빠랑 같이 했던 아름다운 추억은 평생 그들의 마음에 새겨진 소중한 유산이 된 것이다.

남편이 떠난 후 한 번도 휴가다운 휴가를 지낸 일이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땐 아빠도 없이 두 아이들 데리고 갈 엄두도 나지 않았고, 막상 차도 없이 짐을 끌고 피서지를 찾아갔다 하더라도 아빠가 없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는 아픔을 당하기 싫어 떠나지 않았다.
여름이 되어도 휴가를 떠날 엄두도 못 내었던 내 경험을 비추어 다비다에서는 여름이면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내린천에서 레프팅을 하다가 어린 아이들이 탄 보트가 뒤집어져서 생명을 잃게 되는 줄 알고 놀란 적도 있었고, 낙산사 바닷가에서 파도타기, 깜깜한 무의도의 밤  하늘에 쏘아대던 불꽃놀이, 폭죽, 콩고물처럼 부드럽던 해변과 아름다운 펜션에서의 바비큐파티, 불광동 팀 수양관에서의 춤추고 즐겼던 여름 수련회, 그리고 칼봉산 계곡에서의 물놀이....참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살면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쉼 없이 계속 일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일없이 계속 쉬는 것이다. 이것은 건강을 해치는 특별한 원인이 된다고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했다. "사람이 놀고 있을 때 체력이 더 소모되고 일할 때는 그 일하는 만큼 필요한 힘이 생긴다"고 한다. 노는 사람이 더 빨리 죽는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증명된 것이다.
우리 다비다 가족들은 쉼 없이 계속 일하는 경향이 많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를 쉬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되며, 쉼에 적응이 안 되어 쉼을 견디지 못하고, 단 1주일만 쉬어도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쉬는 것이 무엇이고 휴가는 무슨 휴가냐?”라고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쉼 없이, 휴가 없이 바쁘게 일을 해야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쉼은 새 힘을 얻게 하는 하나님의 재창조 프로그램(program)이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소란스런 곳이 아니라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조용히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주님과 깊은 교제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쉼"을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반나절이든지 하루이든지 상관없다. 비싼 돈을 들여 멋진 곳에 가야만 쉬는 것이 아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꼭 바다에 가거나 산에, 먼 섬이거나 외국일 필요도 없다. 안방이면 어떻고, 부모님 계시는 시골이면 어떤가! 지치고 분주했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되찾는 시간, 자신의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장소와 시간이 어디면 어떤가!
이 무더운 여름철에 자녀들과 함께 편안히 쉼이 있는 휴가를 보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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