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다비다, 익어가는 나
이우순(샤론 1조)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산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병실 창밖을 보니 하늘엔 가을색이 완연하다. 내 살에 살포시 스며드는 공기 또한 어느덧 가을임을 말해 주었다. 2025년 9월 26~27일 이틀간 ‘내가 매일 기쁘게’라는 주제로 가평 대성리, ‘꿈에그린펜션’에서 다비다 가을캠프가 열리는데, 이미 ‘노’라고 말한 병원 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다녀올 수 있을까 작은 고민에 빠졌다. 캠프파이어 모닥불, 한 밤의 바이얼린 선율, 총총히 빛나는 별빛 등등을 올리며 “아~ 넘 가고 싶은데.”라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선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치료 마치고 대성리까지 지하철로 오면 펜션까지 5분밖에 안 걸리니 꼭 와서 함께하면 좋겠어. 도착하면 전화해. 데리러 나갈게.”라고 말해 주었다. 참 고마웠다.
병원 관계자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간절한 눈빛으로 말해 보았다. “그러면 치료 다 마치고 정말 조심해서 다녀오셔야 해요.”라며 승낙을 해주었다. 앗싸... 다른 환자에게 이해를 구하며 치료시간 세 개를 바꾸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캠프 첫째 날 오후, 행사 시작 시간보다 좀 늦게 대성리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처럼 택시 승강장에 택시가 즐비하게 서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단 한 대도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차량 사이에도 택시는 없었다. 시간 상 선미는 레크리에이션 진행 중이어서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것저것 신경 많이 쓰셔야 되는데 나까지 일을 보태는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다. 몇 차례의 통화 중에 택시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손을 마구 흔들어 차를 세웠다. 캠프 장소에 도착하니 게임이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우리 자매들의 열띤 함성과 환호는 경기에 얼마나 열중하며 연합하고 있는지 실감케 했다. 바닥에 누워가면서까지 온몸을 내던지며 자기 팀을 응원하는 모습과 투혼을 불사르는 선수들의 모습이며 게임을 재미있게 진행하며 폭소를 자아내는 진행자와 스텝들의 열정 등등. 게임 종목들을 보니 선미씨가 요모조모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감사했다. 본인 일도 바빴을 터인데.
우리 자매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 다해 섬기는 선희 언니와 혜영씨의 배려. 국장님과 함께 힘든 일을 도와주는 수함이의 땀방울. 새로운교회 청년들의 다비다 어린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섬김. 여기저기 신경 쓰시며 전체를 이끌어 가시는 목사님과 국장님의 모습. 이런 모든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오묘와 구원의 신비가 느껴졌다.
캠프 첫날 밤, 난생 처음 캠프파이어 체험을 했다. 그저 상상과 동경만 했었는데 직접 체험할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 모른다. 산뜻한 가을향기, 어둠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정열의 장작불 그리고 사랑하는 다비다 자매들의 기쁨으로 가득한 표정 등등.
게다가 우리 다비다 QT반의 마스코트, 정현 자매의 바이얼린 연주와 더불어 이영복 국장님의 찬양과 진행은 정말 기대감과 설렘으로 내 혼을 가득 채웠다. 국장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지금 이 시간 우리의 영혼에 사랑의 불꽃, 기쁨의 불꽃, 소명의 불꽃을 피워주신다.”는 가슴 벅찬 말씀을 전해 주셨다
어느새 60대에 접어 들다보니 그리고 암에 걸리다보니.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은 무엇일까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내가 다비다에 와서 하나님을 만나고 치유되고 회복되었으니 내가 기쁘게 할 일은?”
국장님의 자작곡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찬양은 참 감동이었다. 찬양을 듣는데 우리 다비다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라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하고 있다. “모닥불에 구워먹을 고구마가 없은들 어떠랴. 마시멜로가 없은들 어떠랴. 우리 다비다가 드리는 예배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한데...” 그렇게 아름답고 은혜로운 밤을 보냈다.
캠프 둘째 날이 밝았다. 아침 산책과 식사 후 보물찾기 시간, 두근두근 수풀을 헤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난 한 개도 못 찾았다. 그래도 즐거웠다. 찾은 이도 못 찾은 이도 기뻐하는 얼굴이 참 아름다웠다. 하나님께서도 그런 우리들을 보며 얼마나 기쁘실까 생각하니 더욱 기뻤다.
우리 사랑스런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출연한 해피맘들의 연극 또한 감동이었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바울과 실라의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이 간수를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이야기를 잘 표현해 주었다. 경준이의 태권도 시범은 정말 멋있었다. 은별이와 가람이의 댄스 또한 참 사랑스러웠다. 허윤숙 조장의 수고의 손길과 마음이 느껴졌다. 해피맘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다시 돌아보아도 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없었다.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려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시니이다.” 이주은 목사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 그날 그곳에 모여 있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으리라 믿어진다.
우리 다비다 자매들이 정말 “그 어떤 환난을 만날지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는 말씀을 의지하며 어떤 고난도 넉넉히 이겨나가기를 소원한다.
익어가는 가을, 익어가는 다비다, 익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그분의 사랑에 푹 빠져 마냥 즐거운 우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