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다비다, 내 삶에 스며든 다비다
최원미(해피맘 1조)
작년 이맘때 우연히 다비다 가을캠프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출발인데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주언이와 함께 참석한 캠프 첫 날 저녁 모임 때 이영복 장로님이 제 이름 삼행시로 격하게 환영해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최고의 꿈을 꾸는 오늘 밤이 되길 /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 미소년 다윗을 닮은 주언 가족과 함께”
그 후로 매월 넷째 주 토요일 다비다 정기모임에 나가면서 어릴 적 엄마와 할머니 따라 다닌 교회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멋들어진 악기 세션도 없고 예배당이라고는 방 한 칸도 가지지 못했지만 한 달에 한 번 모임마다, 손길마다, 참여하는 발걸음마다 기쁨으로 함께 찬양하고 예배하고 서로의 안위와 하늘나라 소망을 위해 기도하는 공동체였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하나님께서 왜 나를 다비다와 함께하도록 이끄셨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장 추운 시절에 만난 다비다는 세상에서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는 제 처지와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그 안에서 주의 섭리를 찾아 나갈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닫힌 마음을 열고 다시 직장을 잡고 주변인들과 관계 맺으며 아이의 손을 꼭 붙들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내디딜 때 꼭 필요한 만큼의 용기를 주었습니다. 가는 길에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두려움에 휩싸일 때에도 아무 조건 없이 저를 사랑해주고 곁에서 함께해주는 다비다 언니들이 있고 목사님, 장로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참 연약한 사람입니다. 드릴 게 없으면 어쩐지 모임에 가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무언가 섬김을 하지 않는다면 제 몫을 못하는 것 같아 주눅이 들고는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초라한 현실 속에 있는데 어떻게 주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을까?”라는 자책이 저를 짓누르지요. 그러나 저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저 제가 가진 무엇을 바라시기보다 오직 저라는 한 사람, 제 영혼만을 바라신다는 것을요. 마음에 어두움이 드리우고 정죄감에 눌릴 때마다 다비다는 그런 저를 괜찮다 해주시고 주께서 주시는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그러니 저는 이 삶이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과(귀여운 할머니들과) 함께 마음껏 춤추며 예배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그 교회 같은 다비다가 너무나 좋습니다.
작년 첫 번째 캠프 이후 저희는 다른 도시로 이사도 가고 유치원도 새롭게 적응하고 직장도 구해서 먹고살 궁리를 하느라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덧 다시 다비다 캠프 시즌이 돌아와서 두 번째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참여했을 때 저와 떨어지지 못해서 키즈케어룸에 가지 못하고 제 옆에 꼭 붙어있던 아이가 이번 캠프 때는 새로운교회 청년들과 어찌나 재미있게 노는지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습니다.(조금 서운했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자라 있었고 저와 아이 모두 영적으로도 육적으로도 쑥쑥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먹고 함께 부대끼며 자는 것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언니들과 아이들 모두가 한 공간에서 북적대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참 정겹고도 즐거웠습니다. 예배, 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 그리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찬양하고 마시멜로 구워먹은 기억, 보물찾기, 연극까지 모든 순간이 충만하게 새겨진 캠프였습니다. 내년에는 저와 우리 아이가 또 어떤 모습으로 이 놀랍고 은혜로운 순간을 함께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예수님 닮은 모습으로 한 뼘 더 성장하여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