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나 / 이영복 장로 > 말씀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말씀

  

아들과 나 / 이영복 장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kim 작성일26-10-16 14:25 조회16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다비다 우물가>

아들과 나

이영복 장로(본회 사무국장)

 

8년 만에 미국 뉴욕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나의 칠순에 즈음하여 아들이 비행기 표를 끊어주고 아스토리아의 자기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아들의 뉴욕 생활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2010년 배우 사관학교로 알려진 ‘Actor’s Studio Drama School‘ 극작 석사 과정을 공부하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졸업 작품으로 자신이 극본을 쓰고 배우 과정의 졸업생 둘이 출연한 ‘The Lord is my shepherd’s pie’(주님은 나의 셰퍼즈파이)라는 연극을 2013년 4월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무대에 올리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다. 서른의 나이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마흔이 훌쩍 지난 지금, 아들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아 보인다. 자신의 삶의 지경을 넓히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고, 자신이 SNS 프로필 글귀로 올린 ‘화서지몽’(華胥之夢)이란 글처럼 다른 이상향을 찾기 위한 꿈일지도 모른다. ‘The Lord is my shepherd’s pie’와 ‘화서지몽’을 화두로 뉴욕에서 아들과 열흘간 함께 지내면서 경험하고 느낀 ‘아들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난 7월 다비다자매회 정기모임 때 ‘아버지와 나’라는 주제의 설교에 이은 후속편이라는 의미도 부여하면서...

 

1. The Lord is my shepherd’s pie

 

13년 전 아들이 졸업 공연을 위해 극본을 쓴 ‘The Lord is my shepherd’s pie’의 세퍼즈파이(shepherd’s pie)는 영국 목동들의 도시락이다. 빵 위에 다진 고기 등을 얹은 음식인데 ‘주님은 나의 목자’가 아니고 ‘주님은 나의 도시락’이라니... 얼른 듣기에 신성모독적인 뉘앙스가 있어 솔직히 관객으로서 연극을 보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등장인물은 여주인공 둘. 한 사람은 주일학교에 다니며 랩 가수가 되길 꿈꾸는 20대 중반의 청년. 가정불화 등으로 정서적으로 힘든 사춘기를 보냈는데 엄마 아빠가 다투는 것을 말리려 왈라비(wallaby), 곧 키 1미터 정도의 캥거루를 죽이기도 했다. 손목을 면도날로 그어 자살 시도도 했고. 그녀는 고국인 호주를 떠나 미국으로 왔다가 마침내 불법 체류하는 노숙자로 전락하고 만다. 다른 여주인공은 특종을 터뜨리는 데 목말라 있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저널리스트.

스토리는 관객의 상상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어 좀 난해한 편이다. 연극은 한 여성 노숙자가 담배 가게에 침입하여 담배를 훔치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바로 랩 가수가 되기를 꿈꾸던 여주인공이다. 또 한 명의 여주인공인 저널리스트는 노숙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가 특종을 터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작품에 노숙자를 끌어들이려 한다. 어쩌면 미리부터 노숙자를 관찰해 오다가 의도적으로 노숙자에게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저널리스트와의 긴 대화 과정을 통해 노숙자는 마침내 자신이 죽인 캥거루와 화해하고 자신의 아픈 상처를 극복하게 된다. 저널리스트가 회복의 과정에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널리스트는 노숙자에게 같이 일해보자며 명함을 건네준다. 그러나 노숙자는 명함을 찢어버리고 그간 잊고 살았던 랩을 신나게 부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알파벳 A∼Z에다 극본을 쓴 아들의 영어 이름 Arnie C W Lee의 두음 글자 4개를 더한 30개의 알파벳을 각 행의 머리글자로 하여 가사를 붙인 랩의 제목이 연극의 제목인 ‘The Lord is my shepherd’s pie’이다.

 

그런데 극중 대사 가운데 내게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 대사가 있었다. 그건 주일학교까지 다녀 성경을 잘 아는 노숙자 여주인공이 성경구절 중 제일 좋아하는 구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었다. 짐작컨대 노숙자 입장에서 좋아하는 구절은 누가복음 9장 17절 정도일 것 같았다. “먹고 다 배불렀더라. 그 남은 조각 열두 바구니를 거두니라.”라는. 그러나 여주인공의 언급한 구절은 마태복음 4장 2절이었다. "Jesus was hungry." 곧 “예수께서 주리신지라.”였다. “예수님도 배가 고프셨는데 나도 참자!”라는 의미로 좋아했으리라는 짐작을 해보았다. 그런 점에서 시편 23편의 “The Lord is my shepherd.” 즉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가 다윗이 자신을 목자의 도움이 필요한 양으로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쓴 시라면, 그 노숙자 버전이 바로 “The Lord is my shepherd’s pie.”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주님과의 관계를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연극을 보고나서 연극 제목이 신성모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주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라는 질문이 아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상의 질문이 되기를 바라고 가장 간절한 기도를 담은 고백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에 내가 뉴욕에 머무는 동안 아들이 사준 음식들은 연극 속 노숙자 수준에서 먹고 싶어 하던 셰퍼즈파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비싼 고급 음식들이었다. 그리스 지중해식 코스 요리에 이태리 피자, 홍콩의 딤섬 등등 자신이 다녀본 최고의 맛집으로 안내했다. 그렇다고 “여호와는 나의 지중해식 정찬이니”라고 할 아들은 분명히 아니다. “The Lord is my shepherd.” 곧 “주님은 나의 목자이시니” 라는 시편 23편 속의 하나님, 원수의 목전에서 최고의 상을 차려주시는 하나님께서 늘 아들과 함께하시길 기도한다.

 

 

"이하 첨부차일 참조"

상단으로

다비다 사무실 주소: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대아빌딩3층
전화:02-909-6613 팩스:02-941-6612 다음까페(싱글맘 동산) COPYRIGHT(C) BY www.dabidasisters.com. ALL RIGHTS RESERVED.